쓸쓸히 세상을 떠난 60대 독신남

얼마 전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을 겪었습니다. 잘 아는 분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는데, 말로가 너무도 딱해서 애잔함이 며칠을 가더군요.

60대 중반인 그는 젊어서 이혼한 후 싱글로 살아왔습니다. 왜 이혼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마음이 착하고 유능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처음 본 것은 그가 40대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잘생긴 용모에 원숙함이 더해져 빛이 날 정도였습니다. 재혼자 모임에서도 늘 인기 최고였지요. 그는 자신감이 충만할 때라 노후 걱정 같은 것은 아예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의 50대 역시 화려했습니다. 아직 현직에 있었으므로 여전히 잘나가는 독신남이었지요. 여자들이 많이 따랐고, 연애도 원없이 했습니다.

그러다 3~4년 전 쯤 60대로 접어든 그를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뜻밖의 하소연을 하더군요. 몸이 안 좋고, 너무 힘들다면서 재혼상대를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못 해줬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안 해줬습니다. 그가 지난 20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홀로 늙어갈 노년을 생각했다면, 인생 호시절을 쾌락으로만 채우지는 말아야 했습니다.
그는 인생의 내리막길 위에 있었습니다. 늙고 병든 남성과 살려고 결혼하는 여성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의 인생이 딱하다고 아무 잘못도 없는 여성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비참한 말로는 의외로 드물지 않습니다.

한 바퀴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혼을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또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리라고들 짐작합니다. 현실이 힘드니까 도피하려고 이혼을 택합니다. 그러나 이혼 경험이 있다면 다시는 이혼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이혼은 곧 지옥행이나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이혼하려는 부부들에게 권합니다. 배우자가 상습도박자이거나 알코올중독자가 아니라면 꾹 참아보라고…. 물론 당사자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라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혼을 한 남녀 가운데 대다수가 이혼 전과 마찬가지로 삶이 버겁기만 하다고 고백하더군요. 지지고 볶아도 둘이서 견뎌보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후회가 생기더라는 겁니다.

이혼의 기로에 선 어느 40대 부부가 도움을 청해온 적이 있습니다. 헤어지려고만 들지 말고, 일단 가정 내 별거부터 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습니다. 상대방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말고, 각자 자기 삶을 살되 일요일은 자녀를 위해 함께 보내라는 처방을 제시했지요.

이후 그 부부는 한 집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같이 아이를 길렀습니다. 그렇게 5~6년을 지내고 나니 한 바퀴를 돌아 서로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머지않아 재결합 소식이 들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혼을 고려하는 부부에게는 한 바퀴 돌아오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혼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사정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반드시 이혼을 해야만 혼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문제를 외면하고, 문제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끝장을 보겠다며 이혼을 강행했다가 땅을 치는 이들을 여럿 봤습니다. 이혼이 뭐 그리 급합니까. 다른 방법을 써 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이혼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가정 내 별거는 충동적인 선택을 예방합니다. 이혼하지 말고, 어떻게든 살아보라고 호소합니다. 노년의 고독과 초라함을 자초할 까닭은 없을 것입니다. 결혼, 별 것 아닙니다. 죽을 때까지 나와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 그게 바로 결혼 아닌가요?

남녀본색


문제가 있다 싶으면 속전속결로 정리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해결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신혼 이혼도 늘고, 이혼율도 높아지고 있다. 연령이 높은 부부들의 문제 인식 태도는 어떨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재혼회원 중 4,622명을 대상으로 재혼자의 별거기간이 연령별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나이가 많을수록 별거기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50대 이상 부부는 별거기간이 평균 15.3개월로 30~50대 중 가장 높았다. 부부 문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두고 고민한다는 것이다. 반면, 30대의 별거기간은 평균 6.6년으로 조사대상 연령 중 가장 짧았으며, 40대는 9.2년이었다. 전체적으로는 9.9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