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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100202211540&section=03

 

-내용중 일부는 동의 한다.

 근데 프레시안 이건 무슨 사이트인가? 궁금하다.

 

 

삼성전자 기술 유출 관련 보도가 잇따른다. 반도체, 냉장고 등 관련 기술이 유출됐고, 삼성전자가 천문학적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을 놓고, 주요 언론은 기술 보안을 강조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 내부에서 '직원 군기잡기'가 더 심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술 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감시와 통제를 더 강화하리라는 게다.

일상적인 도청과 검열, 임직원 사생활은?

첨단 기술을 다루는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면이 있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들여 개발한 기술이 경쟁사로 유출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사정과 임직원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 사이를 조율하는 게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용철 변호사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삼성 내부에서 이런 조율이 이뤄진 흔적을 찾기 힘들다. 임직원 사생활 보호라는 원칙은 일방적으로 무시됐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펴냄). ⓒ프레시안
"삼성에서 도청에 얽힌 일화는 많다. 삼성이 관계사에 도청기를 설치하고, 그 회사가 그걸 잡아내는지를 검사한 적이 있다. 관계사의 보안 능력을 파악하는 절차다. 이런 일을 하다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국정원에서 운용하는 도청기에 자꾸 이상 전파가 잡힌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삼성이 경쟁적으로 도청하는 것이었다.

일상적으로 도청을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도청을 막는 기술도 발달했다. 구조본에서 근무할 당시, 내 방 유리창에는 난반사 필름이 부착돼 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레이저 광선으로 유리창 진동을 감지하는 도청 기술이 있다. 이걸 막기 위해 부착된 필름이다.

구조본 사무실이 있는 삼성 본관 26, 27층부터 회장 집무실이 있는 28층까지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녹음돼 기록으로 남겨졌다. 천장에는 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에스원 당직자가 그걸로 늘 감시했다. (…중략)

한 고위 임원이 회사 본관 1층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을 좋아한 적이 있다. 그가 여직원에게 보낸 메일에는 낯 뜨거운 내용이 잔뜩 담겨 있었다. 그 임원이 보낸 메일 가운데 문제가 있는 부분을 출력하니까, 100장이 넘었다. 노인식이 그걸 들고 와서 내게 보여줬다. 찬찬히 읽어보니, 그 여직원에게 보낸 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러브스쿨 홈페이지를 통해 만난 초등학교 동창 유부녀와 주고받은 연애편지도 있었다.

실제로 그 임원은 일을 시키려고 보면, 자리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은 다른 곳으로 발령 냈다. 그리고 그 임원은 계속 진급에서 누락시켰다. 그는 자신이 왜 진급을 못하는지를 모르는 듯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떠났다."

'공포 경영' 속에서 창의적 시도 가능할까?

<삼성을 생각한다>의 한 대목이다. 기업 비밀 보안을 위해 어쩔 수 없었던 조치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감시와 통제가 강화된다면, 임직원들의 내면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잡을까.

바로 '공포'다. 삼성 비리 관련 제보자를 만났던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 역시 공포다. 언제든 도청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어디서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 이런 감정은 상당수 임직원들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삼성 특검 수사 당시, 삼성 계열사가 일제히 막대한 자료를 폐기했었다. 평범한 직원까지 이런 작업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수치심을 느낀 직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회사 바깥에서 공개한 직원은 찾기 힘들었다. 역시 '공포' 때문이다.

<삼성과 소니> 저자인 고려대 경영학과 장세진 교수도 같은 지적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비서실의 역할이 너무 커지면서 삼성 구성원들이 비서실에 의해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로 인해 조직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공포 경영(fear-based management)'이라는 기업문화까지 생기고 있다"고 적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창의적인 시도가 가능할까. 아무래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이건희 사면 본 뒤에도, 삼성 비리 고발할 사람 있을까"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뉴시스
'공포 경영'에 대해 짚어볼 대목은 또 있다. '삼성맨'들만 공포를 겪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삼성 외부에서 느끼는 공포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 사면은 삼성의 힘을 온 나라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전 회장 단 한 명을 위해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했다. 유죄 판결이 확정된 지 4개월 만이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삼성 앞에서 움츠러들게 된다. 법 위에 있는 존재와 다퉈서 좋은 결과가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이 전 회장 사면이 있기 전까지의 상황을 돌아보면, 이런 위축감은 더 커진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리에 대해 생생한 증언을 쏟아냈지만, 특검은 비리 의혹 대부분을 덮어버렸다. 그나마 기소된 내용도 대부분 무죄 판결이 났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삼성 관련 비리를 접한 이들이 용기를 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삼성 공포가 내면화된 언론

언론 역시 움츠러들어있기는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있기 전부터 그랬다. <시사저널> 발행인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관련 기사를 임의로 삭제하면서 불거진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시사저널> 기자들은 파업을 벌였고, 결국 퇴사해서 새로운 매체를 창간했다. 재벌이 언론에 미치는 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지만, 주요 언론은 대부분 외면했다. 기사거리가 아니라고 본 걸까. 그렇지 않다.

당시 파업 관련 보도를 한 어느 언론인은 삼성 출입 기자들의 발언을 인용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다들 실명 인터뷰를 꺼렸다는 게다. 음성 변조를 해서 보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삼성은 누가 인터뷰했는지 결국 알아낸다며 거절했다고 했다. 이쯤 되면, 언론인들 역시 삼성에 대한 공포가 내면화돼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단지 광고를 염두에 둔 행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이런 공포가 더 커졌다. 지난해 말 이건희 전 회장 사면 이후, 삼성에 불리한 언론 보도가 뚜렷한 까닭 없이 삭제되는 일이 흔해졌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을 소개한 <경향신문> 기사가 온라인 판에서 삭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 SK텔레콤 측에 아이폰 도입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는 <한국일보> 기사 역시 같은 운명을 맞았다. 집행유예 중인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이건희 전 회장의 미국 방문을 수행했다는 <서울경제신문> 기사 역시 삭제됐다.

심지어 광고를 거절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의 책을 낸 사회평론이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내려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런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등 김병윤 두레스경영연구소 대표의 책들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대개의 언론사가 광고 유치에 목을 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바로 공포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 측 역시 언론사에 광고를 받지 말라는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이 알아서 기었다는 이야기다.

영원한 '삼성 가족'은 없다

어떤 삼성 직원들은 언론조차 떨게 만드는 삼성의 힘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그들이 평생 '삼성 가족'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생각이 바뀐다. 총수 일가가 아닌 이상, 평생 '삼성 가족'으로 남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언젠가는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삼성과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도 있다. 그 때도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의 힘이 자랑스럽기만 할까. 그럴 리는 없다. 삼성 근무 시절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를 피할 수 없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뒤, 회사 측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자들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한때는 '삼성 가족'임을 자랑스러워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