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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 스트레스 실상 이렇다 | |||
전문의 “취미생활과 좋은 인간관계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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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S 임원 김 모씨는 주말마다 회사로부터 호출을 받아 집을 뛰쳐나가기 일쑤다. 밤낮도 주말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 때문에 ‘벨소리 노이로제’에 걸린 지도 오래다. 김 씨는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려고 해도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내 분위기에 숨이 막힌다. 가족들로부터 얻은 별명도 유쾌하지 않다. 바로 ‘꼼꼼병 환자’다. 김 씨는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닌데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집착하고 거듭 체크를 한다”며 “나도 모르게 집안의 사소한 일도 엑셀로 계산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김 씨의 긴급 처방은 종교에 귀의하는 것. 요즘은 아무리 바빠도 집 근처의 가톨릭 성당을 찾아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최근 글로벌 경영을 표방한 A그룹의 이 모씨는 ‘발전 콤플렉스’에 빠져 있다. 지난 2008년 이후 영업담당 상무를 맡으면서 매년 실적 개선에 대한 압박감이 쌓여가고 있는 것. 지난 연말에는 실적 부진이 겹치며 사장의 눈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이 상무는 "사장으로부터 수시로 걸려 오는 전화의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연말이면 일반 직원들은 연휴 분위기에 들뜨지만 우리같은 임원들은 실적 평가에 대한 부담으로 상대적 우울증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지난 26일 자살한 삼성전자 부사장도 지난 연말 인사이후 언제 회사를 그만둬야할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왔다는 얘기다. 인사때마다 승승장구했던 터라 공장장 보임으로 ‘밀려났다’는 기분에 심한 자괴감에 빠졌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퇴직한 삼성전자 북미총괄법인의 B상무는 "그동안 누구보다도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해왔는데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만 49세에 불과하다. 회사내에서 늘 선두자리를 지켜왔지만 자신이 총괄했던 제품의 최근 1~2년 판매실적 부진 부담을 이기지 못해 퇴직 대상에 올랐다. B 상무는 "글로벌 1등 기업 자리를 지키겠다는 회사 분위기가 직원들에게는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건강컨설팅 업체인 마인드프리즘은 최근 4년 동안 기업 임원 4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분석 결과를 내놨다. 결과는 대상 임원의 80%가 `무조건 전년 보다는 나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늘 최고여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려면 취미생활과 운동, 명상, 좋은 인간관계 등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현대인들은 모든 일에서 자기가 잘해야 하고 최고여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역기능성 사고체계`라고 한다.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직장 업무 과다, 승진 누락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직장 내 문제로 심신을 상하게 하거나 또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으려면 ‘마음 챙김’을 평소에 잘 해 스스로를 멀리서 중립적으로 바라보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며 "스트레스의 원인과 해결에 너무 골몰하는 것보다 오히려 관심을 딴 곳으로 분산시키는 게 좋다. 평소 취미생활을 하고 휴식도 잘 취하는 게 좋다. 또 명상이나 단전호흡 운동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함병주 고려대학교 정신과 교수는 "직장 내 인간관계로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도 많은데 승진 관련 문제도 결국 인간관계와 연결된 경우가 많은 편이다. 물론 예외적으로 계속 회사에서 업무를 훌륭히 해내 왔고 자기 목표가 아주 높은 사람의 경우 성과가 더 좋게 나와야 한다는 강한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다"며 "직장 내 스트레스 문제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함 교수는 "직장에서 동료들끼리 경쟁만 하는 관계가 이뤄지고 성과 위주로 평가받으면 힘든 일이 닥칠 때 더 흔들리기 쉽다. 자신의 힘든 일을 편하게 털어놓을 사람이 있어야 하고 동료들끼리 원만한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게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함 교수는 또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일이 잘 안풀릴 수 있는 건데 너무 일에만 몰입하면 삶의 중심을 잃어버리고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자기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도 기자 / 문일호 기자 /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