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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코리아 2012' 책 펴낸 김난도 교수
과거 한국인에게 '목표'가 중요했다면 요즘엔 '욕망'이 더 중요… '욕망하는 나'를 울고 웃겨라
-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3일 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23층 강연장을 꽉 채운 청중을 향해 내년 한국 사회를 좌우할 트렌드 10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김 교수는 "이제 대중은 역사(history)가 아니라 '이야기(story)'에 열광한다"고 했다.
-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23일 밤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23층 강연장을 꽉 채운 청중을 향해 내년 한국 사회를 좌우할 트렌드 10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2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23층 교보컨벤션홀 연단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섰다. 350석을 꽉 채운 청중이 김 교수가 등장할 때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었다. 한국 사회의 내년 트렌드 10가지를 예측한 책 '트렌드코리아 2012'(미래의창)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김 교수는 2006년 연말부터 새해 트렌드를 정리한 책을 매년 한 권씩 발표해왔다. 한권 낼 때마다 5만권쯤 판매되는 인기 시리즈지만, 올해는 특히 강연장 분위기가 뜨거웠다. 작년 12월 24일에 나온 김 교수의 전작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는 20초에 1권씩 총 146만부 팔려나갔다. 김 교수는 젊은이들에게 '란도샘'이라 불리는 멘토이자 스타가 됐다.
책에서 김 교수는 내년 트렌드를 이렇게 썼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을 한꺼번에 치른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지금보다 훨씬 폭발력이 커질 것이다. 넘쳐나는 정보를 바탕으로 대중이 보다 스마트한 판단을 내릴 수 있고, 보다 감정적인 판단에 쏠릴 위험도 있다. 모두가 '나'를 주장하는 만큼, 각자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과 주목받지 않으면 끝이라는 위기감이 강해진다. 어차피 정보는 넘쳐나기 때문에, 대중은 새로운 정보를 원하는 대신 믿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정보를 찾는다. 진정성을 갈구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 전망은 어둡고, 개인의 삶은 불안하다. 실력·소통·공감 능력을 갖춘 '마이너'(비주류)들이 대거 빛을 볼 것이다. '차선책'을 들고 나오는 대안적인 리더십이 각광받을 것이다."(158~169쪽)
강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결국 핵심은 모든 사람이 갈수록 '나'를 내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나'는 '욕망하는 나'이자 '소비자로서의 나'이다.
"과거의 한국인에게 '목표'가 중요했다면 요즘 한국인에겐 '욕망'이 더 중요하죠. '대통령이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대신, '쿨해 보이고 싶다'고 원하는데, 그럼 뭐가 쿨하냐고 물으면 어떤 때는 이효리였다가 어떤 때는 송혜교였다가 유동적입니다. 대중 개개인이 금지된 것, 못 가진 것, 안 되는 것을 욕망하면서 '왜 안돼? 내가 원하는데! 그것도 지금 당장!'이라고 자기를 주장합니다. '울컥하는 자아'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어떤 사회, 어떤 분야건 주류는 대체로 '과거에 이러저러한 업적을 세웠다'고 자랑합니다. 대중은 관심 없습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당신이 얼마나 위대한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나를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는가'입니다. 기업이건 언론사건 정치세력이건, 대중을 향해 '지금 이 순간 내가 당신을 위해 얼마나 감동적으로 애쓰고 있는가' 매력적으로 이야기해야 외면받지 않습니다."
"기성세대는 요즘 젊은이들이 진보다, 보수다 얘기하는데 이제 젊은이들은 진영이 아니라 욕망에 따라 이합집산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즉각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세력이라면 누구든 좋고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