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의 덫
미키 맥기 지음|김상화 옮김|모요사 | 395쪽|1만7000원
북스팀이 올 상반기 국내 4대 서점 판매량을 집계해보니 1~200위 베스트셀러 세 권 중 한 권이 자기계발서(30종·40만권)와 에세이(32종·99만권)였다. 자기계발서 인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책·CD·강연 등 미국 자기계발산업 연간 매출은 2005년 저자가 이 책을 쓸 때 이미 96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고 작년엔 105억달러(11조500억원)를 넘어섰다.
저자 미키 맥기(McGee) 뉴욕 포댐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극히 비판적이다. 맥기는 1973~2003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가운데 자기계발서를 추려 세밀하게 분석했다. 결론은 한마디로 "자기계발서 나쁘다. 읽지 마라"다.
◆"세상살이는 잃거나 따거나 둘 중 하나다"
자기계발서가 아예 독자적인 장르가 된 건 1970년대다. 오일 쇼크와 함께 불황이 오자 "세상엔 승자와 패자 둘뿐"이라고 주장하는 책들이 우르르 떴다. 대표적인 작품이 로버트 링거가 쓴 '협박을 통한 승리'(1973)와 '자기만 생각하기'(1977)다. 링거가 보기에 세계는 "한정된 칩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포커판"이고, 타인은 다음 셋 중 어느 하나다. 대놓고 당신 칩을 노리는 인간, 은근히 노리는 인간, 별생각 없이 당신 칩을 따가는 인간.
◆1980~90년대 "마음만 먹으면 불타는 석탄 위도 걸을 수 있다"
1980~90년대 미국 기업은 숱하게 인력을 감축하고 임금을 깎았다. 국가 경제는 살아났지만 근로자 임금은 떨어졌다. 자기계발서는 각성제(마인드 파워 계열)·채찍(시간 관리 계열)·마취제(영성 계열) 역할을 했다.
마인드 파워 계열의 대표작은 앤서니 로빈스의 '무한능력'(1986)이다. 로빈스는 열광하는 청중 앞에서 뜨겁게 달군 석탄 위를 걸어가며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게 없다"고 했다. 채찍 계열에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가지 습관'(1989)이 있다. 영성 계열은 삭티 거웨인의 '나는 날마다 좋아지고 있다'(1986)처럼 닦달에 지친 사람을 위로하는 책이다. 거웨인은 "당신이 우주를 경청하면 돈이 당신의 삶에 다가온다"고 했다. 애쓰지 않아도 인생이 마술적으로 잘 풀릴 거라는 주문이다.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자기계발서는 아예 인간을 기업으로 바꿔놓았다. 톰 피터스는 '당신이라는 브랜드'(1997)에서 "나이와 지위, 하는 일에 관계없이 '나'라는 주식회사의 CEO(CEO of Me Inc.)가 돼라"고 했다. 맥기의 귀에는 "아예 머릿속까지 회사가 돼라"는 얘기다.
맥기는 여성을 겨냥한 일련의 자기계발서도 싸늘하게 비판한다. 가령 헬렌 걸리 브라운은 '모든 것을 갖기'(1982)에서 노골적으로 물질주의와 이기주의를 장려했다. 감정은 감정이 아니라 '감정 투자'고, 몸은 몸이 아니라 '인적 자본'이라고 했다.
"당신은 사심 없이 베푸는 친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잠깐! 당신은 대가를 받아야 한다. 친구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만들라. 반대로 일터에서는 '무보수 노동'을 마다하지 말라."
이런 책은 여권 신장이 아니라 여성 빈곤을 반영한다는 게 맥기의 시각이다. 1970년대 이후 일하는 여성이 늘어났지만 삶의 질은 떨어졌다. 남자보다 임금이 낮은데, 이혼율은 높아지고 육아 부담은 여전했다.
◆"아예 머릿속까지 회사가 돼라"
맥기가 보기에 자기계발서의 최대 악덕은 살기가 팍팍해지는 진짜 이유를 함구하는 것이다. 사회는 풍요로운데 개인은 고달프다. 원인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있지 개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참고로 교보문고에 따르면 고속 성장 시절엔 '배짱으로 삽시다'(집현전·1983)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김영사·1989)가 많이 팔렸다. IMF 이후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황금가지·2000년), '아침형 인간'(한스미디어·2003),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중앙북스·2009)가 잇달아 히트를 쳤다. 아등바등 살라는 책은 한풀 꺾인 뒤 '생각버리기 연습'(21세기북스·2010)이 떴다.
/김수혜 기자 goodluc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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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사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7/29/201107290203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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