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쪽뇌가 손상된 환자들은 뒤쪽뇌가 손상된 환자들과 다르다.
앞쪽뇌가 손상되면 사람이 바뀌어 버린다.

뒤쪽뇌가 손상되면 기억력과 계산력이 좀 떨어지지만

앞쪽뇌가 손상되면 사람이 멍해지면서 우유부단해지고

큰 그림을 못 보고 작은 것에 매달리게 된다.

판단력이 흐려지고 화도 잘 낸다.

앞쪽뇌와 뒤쪽뇌의 기능 차이

뒤쪽뇌를 통해서 정보가 들어온다.

촉각, 청각, 시각이 들어오고, 들어온 정보가 뒤쪽뇌에 저장된다.

뇌를 반쪽으로 잘라보면 안쪽에 해마라는 기억센터가 있는데, 이곳에 정보가 저장된다.

한마디로 뒤쪽뇌는 정보를 받아서 저장하는 곳이다.

반면 앞쪽뇌는 들어온 정보를 필요에 따라 조각조각 나눠서 편집을 거쳐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앞쪽뇌는 정보를 모아서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을 하고, 정보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한다.

앞쪽뇌는 외부로부터 오는 정보와 뇌 속에서 올라오는 내부 욕구를 조절하고

통합하는 사령탑, CEO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전전두엽은 인간을 정말 인간답게 만드는 보석 같은 기능들이 있다.

전전두엽에는 가운데 면, 바깥쪽 면, 아랫면이 있다.

세 면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가운데 면인 동기센터가 망가지면 사람이 바뀐다.

말을 걸지 않으면 하지 않고, 대답을 하더라도 짧게 한다.

잘 움직이려 하지 않고, 얼굴 표정도 없고, 수동적이고 자발적이지 못하며,

의욕이 없고, 게을러지고, 감정의 표현이 없어진다.

아랫면의 충동조절센터에 문제가 생기면 굉장히 다양한 증상이 생긴다.

화를 많이 내고, 조급증이 생기고, 성적행동에 변화가 생기고, 많이 먹게 되고,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게임중독, 도박중독, 쇼핑중독 등 각종 중독도 생긴다.

그리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지 못해 사람들 사이에 이간질을 시키기도 한다.

아랫면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성이 떨어져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돈이나 물건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바깥쪽 면은 기획기능을 갖고 있다.

출발점이 있고 목표가 있다면 목표에 이르는 길은 다양하다.

그 다양한 경우의 수를 사고의 풍부성이라고 한다. 그게 바로 기획센터에 있다.

사고를 전환하는 것,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것 등의

기능이 모두 기획센터에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결단하는 결단력도 기획센터에서 한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인지 점검하는 것도 기획센터에서 하는 일이다.

기획센터가 망가지면 목표가 없어지고 무기력해지고 사고의 풍부성이 떨어지고,

사고의 전환이 안 되기 때문에 융통성이 없고, 고집스럽고,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전두엽이 망가지면 무조건 남을 따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물건을 무조건 사용하려고 한다. 길거리에서 물건을 주워 오기도 하고,

TV에서 눈을 떼지 못해 그냥 내버려 두면 하루 16시간 TV를 보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남들이 우르르 내리면 같이 따라 내려서 환자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어떤 경우 귀가 얇아서 3개월 사이에 보험을 27개 가입한 환자도 있다.

그래서 앞쪽뇌가 없으면 ‘나’는 없다.

어떤 자극이 나타나면 무조건 반응하기 때문이다.



앞쪽뇌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뇌는 변한다. 1970년도만 해도 뇌가 변화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근육은 운동을 하면 알통이 생기지만 뇌는 근육과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뇌세포가 증식하고 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뇌가 변화하는 걸 ‘뇌 유연성’이라고 한다.

네이처에 소개된 유명한 논문을 보면, 저글링을 3개월 시켰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뇌가 두꺼워졌다.

그리고 다시 저글링을 3개월 동안 하지 말라고 했더니 두꺼운 부분이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뇌는 엄청난 변화를 하고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변한다.



그럼 어떻게 두꺼워진 뇌를 보호할 수 있을까.

첫째, 운동이다.

운동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정상인들의 지난 1년 동안의 운동량을 조사했다.

걷기, 하이킹, 싸이클, 에어로빅, 수영 등을 주 3회 이상씩 운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운동한 사람들의 치매 발생률이 훨씬 더 낮았다.

그럼 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좋아질까. 역시 지난 1년 동안 운동량을 조사해서 운동을 많이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비교했더니 기억력을 비롯해서 모든 인지영역에서 운동을 한 사람이 더 우수했다.

운동을 하면 뇌는 분명히 변한다.

기억력이 향상되고 기획능력이 향상되며, 강한 동기가 생성된다.

둘째, 깨끗한 혈관을 유지해야 한다.

뇌혈관 질환에는 터지는 뇌출혈과 막히는 뇌경색이 있다.

뇌출혈보다 흔한 것이 뇌경색이다.

혈관벽에 기름기가 쌓이면서 상처가 나고 딱지가 생기면서 결국 나중에는 혈관이 막히게 된다.

비만과 운동부족이 주범이다.

표준체중보다 10kg 정도 더 나간다면 그만큼의 배낭을 짊어지고 사는 것과 같다고 봐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뼈와 근육이 약해지고 지방형이 된다.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되기 때문에 앞쪽뇌의 혈관이 막히고 동기센터가 망가진다.

동기센터가 망가지면 운동을 더욱 하기 싫어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1980년대만 해도 이런 환자를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셋째는 폭탄주 안 마시기이다.

술을 마신 뇌를 보면 앞쪽 뇌가 헐렁하다.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하는 신경섬유 다발을 그린 그림을 보면 가닥이 엄청 많다.

그런데 술을 마시게 되면 이게 닭털 빠진 것처럼 빠진다.

특히 앞쪽뇌 쪽으로 많이 빠진다.

술을 많이 마시면 나이 들어서 기가 빠진 것처럼 약간 멍한 사람이 된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은 기가 팔팔하다.

그래서 나는 전두엽이 기를 발하는 뇌가 아닌가 생각한다.

폭탄주를 마시면 자꾸 전두엽이 손상되기 때문에 충동억제센터가 망가지고,

그러면 술을 더 먹게 된다.


앞쪽뇌는 성공하는 뇌이다.

동기센터, 기획센터, 충동조절센터를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충동억제를 해가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했다면, 이 사이클을 돌리면 반드시 성공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항상 ‘나는 누구인가? 나의 색깔은 무엇인가?

나만의 고유함은 무엇인가? 나는 왜 태어났고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진리는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만의 아름다운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앞쪽뇌이다.

이걸 개발하고 보호하면 평소에 성공적으로 살 수 있고 치매도 안 걸리고,

혹시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