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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나무처럼 가지치기 필요하다”
당신은 잘 버리는 사람인가? 나는 그렇지 못하다. 필요 없는 오래된 자료, 책, 편지, 일기장, 잡동사니 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자취가 묻어 있는 것을 버린다는 건 내 일부를 지워내는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이는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을 버려야 함에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대상에 대한 친밀감이나 나름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남성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사귀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처가 깊고 불행한 여성들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처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 느껴지는 정서적 친밀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울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우울한 여성들과의 만남 속에서 어머니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편안해하고 오히려 행복한 여성들에겐 이질감을 느꼈다.
이는 학대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종종 보호시설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즉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것 중엔 그것이 좋든 싫든 ‘자기화(自己化)’된 게 많다. 처음엔 ‘불편한 옷’이었지만 나중엔 ‘자신을 이루는 피부’가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병이 된다. 과실나무를 기를 때 일정 시기가 되면 잔가지를 솎거나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의 골격을 바로잡고 실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다. 쓸모없이 굵은 가지, 병든 가지, 제멋대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면 나무는 열매를 잘 맺고 더 오래 산다.
나무만 그럴까. 삶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태어나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왕성하게 신경망을 형성해간다. 하지만 12세 무렵부터는 유용한 신경망만 남겨두고 불필요한 시냅스는 잘려나가는 ‘뇌의 가지치기’가 시작된다. 만일 이러한 가지치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과중한 감각발달과 입출력의 오류에 시달려 정신적인 오작동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능한 사람이란 많은 뇌 회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신경망을 제거함으로써 집중적인 뇌 회로를 갖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재능이나 강점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므로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버리려 애쓰지 말고 버리기 앞서 채우기 조절하라
결국 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한 수 위다. 채우는 것은 욕망으로 되지만 버리는 것에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컨대 마음을 버리는 건 쉽지 않다. 걱정이나 불안은 더욱 그렇다. ‘그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자’ ‘사람 앞에서 긴장하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어보지만 정작 버리려는 생각 자체가 우리를 더 괴롭히고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버릴 것인가.
첫째, 버리려고 애쓰지 마라. 애초 버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예컨대 인간의 양면적 본능, 타고난 기질, 부정적인 마음 등 그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이러한 본성은 되레 버리려고 할수록 확대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조절되거나 다듬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성적인 성격을 버리고 외향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의 본성이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대신 원하는 것에 진심으로 마음을 둠으로써 원하지 않는 것에 마음을 덜 쓸 수 있다. 무엇이 됐든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버리고 싶은 마음과 행위가 생겨난 이유와 긍정적인 의도를 파악해서 소망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왜 불행할까?’라는 문제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
둘째, 버리기에 앞서 채우는 것을 조절하라. 현대인들은 신체 비만뿐 아니라 정보 비만(information obesity)에도 시달린다. 수많은 경로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뇌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집어넣지 않으면 처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정보 비만은 우리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선택능력과 실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비만관리의 핵심이듯 우리 역시 업그레이드 강박증에서 벗어나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해보고, 무언가를 천천히 즐기는 시간을 마련하라. 이러한 휴식은 성공한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나 목표 없는 사람들의 게으름이 아니라,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적 행위다. 휴식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창조(recreation)의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삶의 중심을 단단히 한 뒤 마음의 가지치기를 하라. 버리라고 무조건 다 잘라내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남겨두고 주변을 가지치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전’이나 ‘사명’이라는 인생의 큰 가위가 필요하다.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가지치기, 버림의 목적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버리는 이유는 삶에서 진심으로 중요한 것들을 보호하고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함이 아닌가.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출처 “삶도 나무처럼 가지치기 필요하다” |작성자 홍밥사
당신은 잘 버리는 사람인가? 나는 그렇지 못하다. 필요 없는 오래된 자료, 책, 편지, 일기장, 잡동사니 등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자취가 묻어 있는 것을 버린다는 건 내 일부를 지워내는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이는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다. 어떤 감정을 버려야 함에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그 대상에 대한 친밀감이나 나름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남성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사귀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처가 깊고 불행한 여성들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처 있는 사람들과 만날 때 느껴지는 정서적 친밀감이 크기 때문이다. 우울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우울한 여성들과의 만남 속에서 어머니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편안해하고 오히려 행복한 여성들에겐 이질감을 느꼈다.
이는 학대가정에서 자라난 아이들이 종종 보호시설을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즉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것 중엔 그것이 좋든 싫든 ‘자기화(自己化)’된 게 많다. 처음엔 ‘불편한 옷’이었지만 나중엔 ‘자신을 이루는 피부’가 돼버린 셈이다.
하지만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하면 병이 된다. 과실나무를 기를 때 일정 시기가 되면 잔가지를 솎거나 잘라내는 가지치기를 한다. 나무의 골격을 바로잡고 실한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다. 쓸모없이 굵은 가지, 병든 가지, 제멋대로 자란 가지 등을 잘라내면 나무는 열매를 잘 맺고 더 오래 산다.
나무만 그럴까. 삶에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사람은 태어나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왕성하게 신경망을 형성해간다. 하지만 12세 무렵부터는 유용한 신경망만 남겨두고 불필요한 시냅스는 잘려나가는 ‘뇌의 가지치기’가 시작된다. 만일 이러한 가지치기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과중한 감각발달과 입출력의 오류에 시달려 정신적인 오작동이 일어난다. 그러므로 유능한 사람이란 많은 뇌 회로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신경망을 제거함으로써 집중적인 뇌 회로를 갖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바로 재능이나 강점이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므로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가 필요한 세상이다.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버리려 애쓰지 말고 버리기 앞서 채우기 조절하라
결국 버리는 것이 채우는 것보다 한 수 위다. 채우는 것은 욕망으로 되지만 버리는 것에는 지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컨대 마음을 버리는 건 쉽지 않다. 걱정이나 불안은 더욱 그렇다. ‘그래, 안 좋은 생각은 하지 말자’ ‘사람 앞에서 긴장하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어보지만 정작 버리려는 생각 자체가 우리를 더 괴롭히고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버릴 것인가.
첫째, 버리려고 애쓰지 마라. 애초 버릴 수 없는 것도 있다. 예컨대 인간의 양면적 본능, 타고난 기질, 부정적인 마음 등 그 자체를 버릴 수는 없다. 이러한 본성은 되레 버리려고 할수록 확대되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때 조절되거나 다듬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내성적인 성격을 버리고 외향적으로 바꿀 수는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인간의 본성이나 양면성을 인정하지 않고 제거하려는 것은 우리의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이다.
대신 원하는 것에 진심으로 마음을 둠으로써 원하지 않는 것에 마음을 덜 쓸 수 있다. 무엇이 됐든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버리고 싶은 마음과 행위가 생겨난 이유와 긍정적인 의도를 파악해서 소망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왜 불행할까?’라는 문제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좀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
둘째, 버리기에 앞서 채우는 것을 조절하라. 현대인들은 신체 비만뿐 아니라 정보 비만(information obesity)에도 시달린다. 수많은 경로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 때문에 뇌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집어넣지 않으면 처진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정보 비만은 우리의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선택능력과 실행능력을 저하시킨다. 적정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비만관리의 핵심이듯 우리 역시 업그레이드 강박증에서 벗어나 정보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정해보고, 무언가를 천천히 즐기는 시간을 마련하라. 이러한 휴식은 성공한 사람들만 누리는 특권이나 목표 없는 사람들의 게으름이 아니라, 몰입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적 행위다. 휴식은 남는 시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창조(recreation)의 시간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삶의 중심을 단단히 한 뒤 마음의 가지치기를 하라. 버리라고 무조건 다 잘라내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남겨두고 주변을 가지치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전’이나 ‘사명’이라는 인생의 큰 가위가 필요하다.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싶다면 먼저 자신이 무슨 씨앗으로 심어졌는지를 알자. 그 뒤에 비전이나 사명을 세워 불필요한 관심사를 잘라내라. 가지치기, 버림의 목적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당신이 버리는 이유는 삶에서 진심으로 중요한 것들을 보호하고 달콤한 열매를 얻기 위함이 아닌가.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출처 “삶도 나무처럼 가지치기 필요하다” |작성자 홍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