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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설 연휴는 예년에 비해 교통소통도 원활하고, 사건사고도 비교적 적었을 뿐 아니라
날씨마저 포근해서 모두에게 즐겁고, 편안한 휴식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마다 연말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되면 가족의 사랑과 함께
주위의 이웃을 돌보는 미담(美談)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진실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이야기가
겨울의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 주기도 합니다.
1997년『우동 한 그릇』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전 일본을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지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위가 몰아치는 섣달 그믐날밤.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 우동집에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선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들을 위해 1인분이 넘는 양을 더 넣어 주었고,
이런 일은 그 다음해 그믐날도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매년 12월 31일 문을 닫을 무렵이 되면 주인 내외는
그 세 모자가 앉아 우동을 나눠 먹던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 놓고,
여름부터 올려 받은 우동 가격표를 예전대로 바꿔 놓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그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진 빚을 모두 갚았다면서
2인분의 우동을 주문하여 나눠 먹었고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동 가게는 번창하였고, 매년 그믐날밤이 되면 그 '우동 한 그릇'의 자리는 예약석이 되었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손님들 사이에서 단골 화제가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의사가 된 큰 아들, 은행원이 된 둘째 아들을 앞세우고 그 어머니가 가게를 다시 찾아
어려웠던 시절,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 주었던 용기와 삶의 위안을 생각하면서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주인 내외가 내민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정성과 그로부터 힘을 얻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세 모자의 용기가 작지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전 일본열도를 감동에 젖게 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 회사 한 사우도 이와 같은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글 하나를 보내 주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내용이라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축의금 13,000원 >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 가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있는 등 뒤의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만 삼 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 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2006.2.6
김인 드림
지난 설 연휴는 예년에 비해 교통소통도 원활하고, 사건사고도 비교적 적었을 뿐 아니라
날씨마저 포근해서 모두에게 즐겁고, 편안한 휴식이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마다 연말이나 설날과 같은 명절이 되면 가족의 사랑과 함께
주위의 이웃을 돌보는 미담(美談)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가난하지만 정직하고 진실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이야기가
겨울의 추위를 따뜻하게 녹여 주기도 합니다.
1997년『우동 한 그릇』이라는 짧은 이야기가 전 일본을 감동으로 눈물짓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지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추위가 몰아치는 섣달 그믐날밤.
문을 막 닫으려고 하는 우동집에 사내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선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들을 위해 1인분이 넘는 양을 더 넣어 주었고,
이런 일은 그 다음해 그믐날도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매년 12월 31일 문을 닫을 무렵이 되면 주인 내외는
그 세 모자가 앉아 우동을 나눠 먹던 자리를 예약석으로 비워 놓고,
여름부터 올려 받은 우동 가격표를 예전대로 바꿔 놓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그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을 대신해서 진 빚을 모두 갚았다면서
2인분의 우동을 주문하여 나눠 먹었고 그 후로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동 가게는 번창하였고, 매년 그믐날밤이 되면 그 '우동 한 그릇'의 자리는 예약석이 되었고,
그에 얽힌 이야기는 손님들 사이에서 단골 화제가 되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어느 날 의사가 된 큰 아들, 은행원이 된 둘째 아들을 앞세우고 그 어머니가 가게를 다시 찾아
어려웠던 시절, 우동 한 그릇이 가져다 주었던 용기와 삶의 위안을 생각하면서
3인분의 우동을 시키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주인 내외가 내민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정성과 그로부터 힘을 얻어
손을 맞잡고 열심히 살아가는 세 모자의 용기가 작지만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키며
전 일본열도를 감동에 젖게 한 것입니다.
최근 우리 회사 한 사우도 이와 같은 아름다운 내용이 담긴 글 하나를 보내 주었습니다.
가슴 뭉클한 내용이라 같이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 축의금 13,000원 >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 가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거렸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있는 등 뒤의 아기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 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 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 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거리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 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 형주가 -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축의금 만 삼 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 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2006.2.6
김인 드림